책상 위의 세상

자유와 방종 그리고 민주와 정치

최고야님 2023. 5. 8. 09:23

자유는 곧 민주다?

민주주의 사회를 사는 우리는 자유를 만끽하고 공산주의나 사회주의 국가는 개인과 사회의 자유를 엄격히 통제하는 독재 국가로 인식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우선 자유에 대한 인식부터 보자. 자유는 사전적 의미로 ‘외부적인 구속이나 무엇에 얽매이지 아니하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법률적 의미로는 ‘법의 범위 안에서 남에게 구속되지 아니하고 자기 마음대로 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또한, 민주는 국민이 주인임을 뜻하는 것으로,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의미다. 그렇기에 우리나라 헌법 1조 1항도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규정하고 2항에서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유와 민주는 자기 마음대로 하는 행위로서, 정말 민주주의 국가에서 주인된 권력으로 누리는 것인가? 그렇다고 생각하기에 뭐든지 자기 생각대로 하려는 이기주의로 확대되고 이것은 다시 집단이기주의 등으로 비화해 또 하나의 권력화로 되는지도 모른다.

이른바 조국사태를 예로 들어보면 이러한 집단적 행위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내 뜻을 내 마음대로 나타내는 것은 내 자유’라는 자신의 판단에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같은 목소리를 낸다. 그것이 옳고 그름은 나중 문제다. 일단 내 생각이 더 우선이다. 왜냐면 “그렇게 하든 말든 내 자유니까”라는 명분으로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자유는 ‘스스로 자(自)’와 ‘말미암을 유(由)’를 써서 스스로 말미암다 즉, 어떤 현상이나 행위를 스스로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진정한 자유란 사람이 자신의 존재감 안에서 자신의 인생설계, 즉 자신이 살아감에 있어 취하는 선택과 행동에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부연하면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The freedom follows responsibilities)는 말이다. 사실 이 말에 대해서는 모두 일단 동의한다. 타당성이 있기에 반론을 제기하기에는 눈치를 살피게 된다. 

이에 대해 “그래서 문제”라고 이의를 나타내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국가와 개인, 단체와 개인의 관계에서 어떤 표현에 대해 자유를 빙자한 막말 등으로 책임을 지게 하려고 규제한다면 형평성 등의 또 다른 문제 제기가 나올 것이고 확대 재생산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개인과 개인의 관계에서는 자유에 대한 주장과 표현이 각각 다를 뿐이지 틀린 것은 아니다. 나와 다르다고 비난과 질책을 한다면 다시 민주의 개념으로 논점이 되돌아 가게 된다.

책임지지 않는 댓글, 악플의 문제점은 심각하다. 그 폐해는 일일이 열거하지 않아도 모두가 안다. 이로 인해 사람의 생명까지도 잃게 한다. 악플러들은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한 것일뿐”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고 당사자 및 그 가족과 주변 사람들도 고통받게 하는 사이버 테러와 같은 언어폭력일 뿐이다.

이는 방종(放縱)이다. 한자로 ‘놓을 방((放)’과 ‘늘어질 종(縱)’을 사용한다. 어떠한 행동을 아무런 거리낌이 없이 제멋대로 하는 것으로, 자기 행동에 방해를 받지 않고 자기 생각대로 하는 것이다. 간섭없이 내 마음대로 하니 얼마나 편한가. 이보다 더 좋은 자유가 없다. 

하지만 그것은 자유가 아니다. 자유로 위장한 무책임한 행동이다. 책임지지 않는 말이나 행동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오는지는 모두가 안다. 하지만 자유를 잃을까 하는 우려에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뿐이다. 

북한의 정식 명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다. 우리는 북한을 자유가 없는 국가로 알고 있는데 그들도 민주주의라는 표현을 쓴다. 민주주의는 국민이 주인이 돼서 국민을 위해 정치가 이뤄지는 제도지만 북한은 국민이 주인이 아니라 김씨 일가의 세습으로 권력을 누리는 일인독재체제다. 

따라서 민주는 곧 자유가 아니다. 민주와 자유, 자유와 민주는 동일 의미가 아닌 서로 불가분의 관계와 역할이 있다. 자유가 있는 민주는 민주주의로 평화를 누리지만 자유가 없는 민주는 독재가 된다. 그렇다고 자유가 있는 민주 국가라고 해서 자유를 마냥 누리기만 하면은 안된다. 내가 무엇을 하든, 어떻게 하든 자유를 지키기 위한 책임을 지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정치인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더불어민주당·자유민주당·자유한국당·민주자유당·민주평화당·기독자유당 등 자유와 민주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정당은 그 정당명을 작명할 당시의 각오와 비전이 있었을 것이다. 

아무리 이전투구(泥田鬪狗)의 정치판이라 할지라도 처음의 의도에 걸맞게 자유와 민주를 위한 정당이 되기 위한 시작을 했다면 이제부터라도 자신들의 말과 정책에 끝까지 책임을 지는 정치를 해주기를 간곡히 청하고 원한다. / 입력 2019-11-05 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