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세월의 무상(無常)

최고야님 2023. 6. 21. 15:17
창 밖은 변함없이 시간이 흐르고 있다. ⓒ최고야님

살아감의 시간이 벌써 오래다. 세월은 유수(流水)와 같다더니 
멈추지 않고 쉼없이 흘러 간다.
지금, 돌이켜 보기에도 긴 시간이 지났다. 
흐르는 물은 저수지나 댐을 쌓아 모아둘 수 있다.
세월도 그렇게 모아둘 수 있으면 좋겠다.

사람의 기억은 시간이 지날 수록 희미해진다.
만약 세월을 모아둘 수 있다면,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방류해서 쓸 수 있다면
희미해진 기억 대신 명확한 사용이 가능하니 유용할 거 같다.
세월이 속절없이 지나가니 아쉬움에 망상(妄想)을 해 본다. 우습다.

느닷없이 이런 글을 쓴다는 것이 인생이 허망(虛妄)스럽게 생각되기 때문인 듯하다.
허탈하게 느껴지는 표현이지만 달리 쓸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10대, 20대, 30대, 40대, 50대, 60대, 70대, 80대, 90대, 100대...
인생은 순서대로 살지만 어느 날 어떻게 끝이 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10대 때는 20대 때를 생각하지 않고 산다. 
20대 때는 30대 때를 생각하지 않고 산다.
그렇게 젊은 날을 보내고 빠르면 40대, 늦어도 50대 때는 뒤를 돌아보게 된다.
"10년만 젊었어도..." 라는 말이 무심결에 나오는 표현이 된다.

그래도 70대, 80대는 뒤를 돌아보기보다는 앞으로 남은 시간을 먼저 보게 될지도 모른다.
"살만큼 살았다, 얼마나 더 산다고"라는 말을 무심코 하게 될 것 같다.

어제 저녁 늦게 부고(訃告) 문자를 받았다.
젊은 시절 술만 먹으면 시쳇말로 개차반이 되던 사람의 부친의 별세 소식이었다.
그의 부친은 목사였다. 종교적으로 소천(召天)한 것이지만
아들의 젊은날 행동에 많은 기도가 있었다는 전언(傳言)을 들었다.
아들이 금주가로 변한 모습이후 돌아가심이라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상병 시인의 '소천' 싯구처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영향일까. 아침부터 무상(無常)함이 느껴진다.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마지막 잎새의 소망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