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벗은’ 가을, 홀로 여행…그래서 동검도가 좋다
작고 고즈넉한 섬…갈대·갯벌·노을 최고 풍광
호젓한 무인도 ‘동그랑섬’은 적막한 분위기 더해
채플갤러리·작은 성당에선 경건·평화로움 선사
이제는 사실상 자유의 시간이다. 실외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가 해제되면서 기다렸다는 듯이 국내·외 여행 상품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그동안 다니지 못한 여행을 할 수 있는 기회가 활짝 열리는 모양새다. 이에 먼지 덮인 여행 물품을 다시 챙기면서 즐겁고 행복한 상상을 한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떠나서는 안 된다. 여행은 행선지만 정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여기에 인원·일정·경비·숙박 등 관련 정보를 미리 파악하고 필요 물품 등을 준비하며 계획적으로 해야 한다. 더구나 해외여행일 경우는 더욱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 편집자 주
어느 곳으로 떠나든 여행은 좋다. 여행을 계획하면 일반적으로 가이드를 통한 단체여행인 패키지 투어를 선호하고 선택하는 경향이 많다.
그렇지만 '미니멀 라이프'처럼 단순한 생활을 좋아하는 스타일의 사람이면 함께 하는 단체여행이 되레 부담될 수도 있다.
이에 패키지 투어에서 자유시간을 통한 개인 여행이나 아예 개인이 혼자 떠나는 홀로 여행이 늘고 있다.
혼자 여행하는 것은 자유로운 이색 경험이다. 혼자 떠나는, 홀로 여행은 다른 어떤 여행과도 다르다. 어디를 어떻게 여행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홀로 여행 자체가 자신을 향한 여정(旅程)이기에 더욱 그렇다.
이에 '축제와 여행의 계절' 가을을 맞아 교외로 가볍게 훌쩍 떠나는 홀로 여행은 어떨까? 행선지 역시 유명 관광지보다 가을에 같은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조용한 곳이면 더욱 좋을 듯하다.
교외에 추천할만한 멋진 장소들은 많다. 하지만 그런 곳은 알려진 만큼 북적일 가능성이 높다. 혼자만의 시간을 원한다면 한적한 곳이 적합하다.
강화도 남동단에 인접한 작은 섬, 동검도는 이 같은 취지에 안성맞춤인 곳이라고 할 수 있다.
동검도는 강화도 아래쪽에 위치해 있어 초지대교를 건너야 한다. 초지대교 남단에서 왼쪽으로 해안남로를 통해 약 5km 정도를 가면 동검교가 나온다.
섬으로 연결된 유일 연도교인 이곳을 건너면 아름다운 황금 갈대밭과 드넓은 갯벌, 고즈넉한 어촌 풍경이 그림같이 펼쳐지는 동검도다.
동검교는 동검도와 강화군 길상면 선두리를 잇는 연도교로 1985년에 설치됐다. 하지만 제방 형태로 건설돼 해수가 유통되지 않아 갯벌 침·퇴적 현상이 심화돼 갔다. 이에 따라 갯벌 생태계가 악화되면서 어업 피해가 나타났다.
강화군은 기존 제방형 연도교 개선이 시급하다고 판단해 지난 2017년에 사업비 50억 원을 투입해 해수 유통형 교량으로 정비하고 동검도 갯벌 생태계 복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해안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대형하구 갯벌을 품고 있는 동검도는 면적 2.3㎢, 해안선 6.95㎞의 작고 소박한 섬이다.
규모에 비해 여러 의미가 내포돼 있어 '강화도의 숨은 보석'으로도 불리는 동검도는 연도교를 건너면서 맞이하는 황금 갈대 풍경에 탄성이 나온다.
동검도는 이 같은 갈대밭이 유명할 정도로 해안선 일대에 무수히 갈대가 많다. 갈대 뒤로 드넓게 펼쳐진 갯벌은 마치 외계의 풍경처럼 경이롭기까지 하다.
섬 전체가 거대한 연안 갯벌에 둘러싸인 신비로운 섬이다. 갯벌의 아름다움이 탁월하고 가을 갈대와 어우러져 감탄스런 풍광을 제공한다.
옛 문헌에 의하면 강화 길상면의 동검도(東檢島)와 삼산면의 서검도(西檢島)는 강화를 기준으로 방향의 대비를 이루는 지명으로, 한양으로 가는 배들의 해상 검문소였다.
옛날 삼남(충남·전남·경남) 지방에서 한양으로 올라오는 선박이나, 중국과 한양을 오가던 상인이 통과하는 검문소라는 의미에서 생긴 이름이다. 동·서검도는 한양으로 가는 배들의 해상검문소인 셈이다.
동검도는 면적 1.61km2 해안선 길이 6.95km 최고점 106m으로, 섬 가운데 이름 모를 산(해발 125m)이 봉긋 솟아 있다. 동북쪽과 서쪽 해안은 비교적 경사가 완만하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규모로 수수하면서 소박한 섬이다.
동검교를 건너면 길이 좌우로 갈라진다. 왼편은 서두물 방향 제방길(해안도로)이고 오른편은 ‘큰말’로 가는 길이다. 서두물은 포구 이름이며, 큰말은 오래전에 형성된 큰마을을 일컫는다.
해안도로 끝으로 들어가면 전형적인 시골마을인 서두물이 나온다. 동검도 형상이 학(鶴) 머리 부분 같고 샘물이 좋아 서두정(西頭井) 또는 서두물이라 불리며 현재 선착장이 있다.
도로는 넓지 않은 길이라 느긋이 가야 한다. 도로에서 보는 갯벌이 광활하다. 길 옆에는 작고 아담한 카페들이 늘어서 있다. 해안 쪽에는 갯벌에 주저앉은 어선들이 나란히 묶여 있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디 넓은 갯벌 가운데 작은 섬 하나가 휑하니 서 있다.
동검도 동쪽 약 100m 지점에 위치한 면적 1만2793㎡, 둘레 460m, 해발 34m로 사람이 살지 않는다. 무인도지만 이름도 있다. '동그랑섬'이라고 하는데, 이름대로 모양새가 동그랗다.
섬의 크기가 동서 150m, 남북 100m 정도로 전체적으로 보면 거의 원형에 가까운 타원형이다. 밀물이면 바다 위의 작은 섬이나 썰물 때에는 주위가 모두 갯벌로 둘러싸이게 된다.
해안선에 갯잔디·갯질경·천일사초 등의 염생식물이 산재하고, 섬 내부에는 약 4~5m정도의 소나무·소사나무·생강나무 등이 군락을 이뤄 울창한 숲의 형태를 보이고 있다.
갯벌에 걸쳐있는 어선들과 더불어 동검도의 풍경을 더욱 풍성하고 정감있게 해주는 요소로 소중함을 더한다.
전반적으로 차분하고 고즈넉한 동검도도 매력이지만 홀로 외로이 서 있는 동그랑섬도 호젓하다.
해안도로 끝으로 가면 서두물이다. 예전엔 포구였지만 지금은 선착장으로 이용된다. 인근에 바닷물을 저수해 고기를 낚는 동검바다낚시터가 있다.
동검도는 일주도로가 없어 큰말을 가려면 여기서 도로를 되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찾으면 길은 있다. 낚시터 뒷편으로 펜션이 있는데 옆쪽으로 작은 비포장길이 있다. 자동차 1대 정도는 다닐 만하다.
이곳으로 올라가면 구불구불한 언덕길을 넘어 반대편 해안도로에 닿는다. 선착장에서 되돌아 가는 것보다 거의 절반 이상 단축할 수 있는 지름길 역할을 한다.
다시 동검교 앞길에서 큰말로 가기 위해 서남쪽 도로로 가면 언덕 아래에 유명한 채플갤러리와 작은 성당이 나온다.
이곳을 지나 큰말로 들어가는 길은 평이하지 않다. 언덕 위로 구불구불 이어진 도로를 가야 한다. 왼편은 울창한 숲이며, 오른편 언덕 아래로 갯벌이 펼쳐져 조심스럽다.
언덕 위는 숲과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경치에 펜션들이 들어서 있다. 이렇게 언덕 길을 지나면 큰말이다. 그런데 이름처럼 크지는 않아 보인다. 작은 동검교회와 종점인 버스정류장, 많지 않은 주택가와 여러 펜션, 캠핑장이 아기자기하게 모여 있는 모습이다.
동검도는 자동차로 일주해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정도로 크지 않다. 곳곳의 작은 카페, 작은 성당, 작은 동그랑섬 등 작은 모습들이 많다.
하지만 돌아보면 마음이 커진다. 복잡한 세상에서 벗어난 듯 평화로워진다. 홀로 여행이라면 파도 소리와 함께 안온(安穩)한 휴식을 즐길 수 있다. 그래서 동검도가 딱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