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감(情感) 가고 향수(鄕愁)에 젖는… 시간 멈춘 '레트로 섬'
■ 관광지마다 친절함 가득…섬 아닌 정겨운 이웃 느껴져

대룡시장의 낡은 간판 등 오랜 노포의 모습, 색이 바랜 극장 건물, 허름한 골목길 등 말 그대로 시간이 멈춘 듯한 모습이었다.
마치 영화나 드라마에서 봄직한 풍경이다. 그래서 그런지 현지에서 살아본 적이 없음에도 되레 정감이 가고 향수(鄕愁)에 젖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읍성 인근에 있는 남산포를 지나 서북쪽으로 멀리 떨어진 난정저수지·난정해바라기정원으로 향했다.
당일 여행의 마지막 코스였지만 읍성에서 거리상으로 가깝지 않아 다음 기회로 미루려 했다. 하지만 드넓은 저수지보다 10만송이라는 난정해바라기정원의 장관을 놓치기 싫었다.
읍성에서 7km 정도 거리에 자동차로 10분이내면 도착하나 귀가시간을 감안해 서둘러 출발했다.
난정리를 향해 교동의 들판을 달리면서 주위를 보면 어느덧 가을이 오고 있음을 느낀다. 드넓고 푸르른 강화 들판이 주는 풍성함에 저절로 힐링이 되면서 감동이 밀려온다. 고요한 섬에서 평화로움을 만끽하는 자유에 가슴이 벅차온다.
■ 드넓은 저수지옆 10만송이 난정해바라기정원도 장관

바닷가에 거의 맞닿은 난정저수지의 광활함이 눈에 들어왔다. 웅장함에 감탄하기도 전에 노란 해바라기들이 끝도 없이 펼쳐진 난정해바라기공원의 절경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노란 물결의 풍광에 여기저기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관광객들은 잠시 즐기고 가면 되지만 이렇게 드넓은 해바라기 정원의 탄생에는 수많은 난정리 마을 주민들의 수고가 있었다.
강화 교동 난정리 마을 약 3만3000㎡ 부지에 해바라기 정원이 조성된 것은 지난 2017년이다. 난정저수지 인근 공터가 방치되면서 이를 활용하려는 난정리 마을 주민들의 뜻을 모아 시범적으로 해바라기를 심었다.
해바라기는 청정의 자연 속에 둘러싸인 교동도 난정리의 깨끗한 공기와 적당히 불어주는 해풍 그리고 난정리 주민들의 수고로움으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광활한 규모의 해바라기를 관리하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이곳이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위안이 되고 있다는 것과 최북단 고요한 섬의 '노란 정원'에 담겨 있는 순수한 의미를 전하기 위해 주민들은 기꺼이 수고에 나선다.
■ 신나는 여행에 고향집 다녀온 듯한 즐거움으로 남아

교동도를 한바퀴 돌아 나오면서 섬 전체로 연결된 자동차 일주도로가 없어 수고를 더해야 하는 것이 아쉬웠다. 약 4km 정도의 자전거 일주도로는 조성돼 있어 라이더라면 누구나 반나절이면 교동도를 일주할 수 있다.
차량으로도 중간중간 관광지인 제비집·대룡시장·화개정원·난정해바라기정원 등 곳곳에서 만난 주민들의 친절함은 너무 좋았다. 어느 한 곳에 국한되지 않고 섬 전체에서 푸근함을 느꼈다.
이런 기억은 교동도를 찾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마치 고향을 다녀온 듯한 즐거움으로 오랫동안 추억될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