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의 재발견- ②] 북한산 자락 한옥, 단정함 넘어 정겨움 가득
여느 택지지구처럼 건설현장은 어수선하고 복잡해 보이는 모습은 크게 다를바 없었다. 그렇지만 북한산 자락에 수놓은 듯 펼쳐진 한옥들의 모습은 단정함을 넘어 정겨움을 주기에 충분했다.
서울시 서대문구 연신내에서 송추방면 또는 통일로에서 은평뉴타운을 돌아 연신내 방면으로 가다 보면 병풍처럼 드리워진 북한산 자락 아래 ‘은평한옥마을’이 눈앞에 다가온다.
은평한옥마을은 서울 은평구 진관동 은평뉴타운 3-2지구 단독주택 부지 내에 6만 5,500㎡ 규모 156필지를 서울시 SH공사에서 한옥마을 용지로 공급한 수도권 최대 한옥단지다.
과거 우리나라에서 커다란 한옥 주택은 신분의 상징처럼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당시 커다란 한옥은 대부분 양반의 부잣집이었고 모두 솟을대문을 앞세운 전통한옥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왕이 사는 궁궐 같지는 않아도, 으리으리한 99칸 한옥은 아니더라도 누구나 기품있는 한옥 주택에 살고 싶은 생각은 많이 하던 동경의 집이었다.
하지만 현대 들어서는 서양식 주택의 편리함에 익숙해져서 막상 한옥에서 거주하라고 하면 생활이 불편할 것으로 생각해 손사레를 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일반 택지지구라도 아파트 분양이 아닌 한옥 전용 단지로 공급된 은평한옥마을은 이같은 선입견을 일시에 떨쳐버리게 했다.
외양만 한옥이지 안방·주방·거실 등 내부는 사실상 아파트와 같은 구조이며, 나아가 주차장에 반지하 공간까지 생활의 편리함을 가미한 현대식 한옥이라 탄성이 절로 났다.
깔끔한 군청색 기와에 단단하게 세워진 나무 기둥 등 겉보기엔 전통적인 한옥 같지만 사실 아파트와 한옥을 결합한 1.5~2층짜리 한옥주택이다.
2층으로 된 한옥의 경우 아래층은 아파트 최신 트렌드 스타일인 필로티 구조로 기둥을 세워 주차장을 만들었고 상부는 전통 한옥 방식으로 지어졌다.
현관으로 들어서면 아파트처럼 거실과 방이 위치해 있는 등 한옥 같은 구조가 아니고 일반적인 아파트 스타일이라 전혀 낯설지 않다.
계단을 따라 반 층 정도를 올라가니 문살이 있는 창문과 일반 벽지 도배가 아닌 한지를 바른 벽 그리고 마룻바닥 등 한옥다운 모습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청와대처럼 보이는 것이 우려돼서 그랬을까. 지붕을 푸른 기와가 아닌 군청색 기와로 반듯하게 정렬하고, 과거처럼 내부에 무거운 흙을 넣는 대신 현대식 단열재를 넣어 열이 새어나가지 않게 해 실내에서는 따뜻한 온기가 유지됐다.
안방에는 한지를 붙인 문살 창으로 한옥의 전통미를 느끼게 했으며 거실에는 통유리창을 달아 드넓은 자연 풍광을 볼 수 있게 했다.
한옥의 전체 구조도 ㄱ자·ㄷ자식의 전통 구조에 더해 다용도실 등의 생활 공간을 부수적으로 설치하거나 주차장을 마련하는 등 현대식 스타일을 접목한 설계가 대부분이다.
은평한옥마을은 이처럼 현대적인 설계와 최신 자재를 사용해 한옥이 그저 전통미를 느끼고 보존해 가는 장소가 아닌 획일적인 콘트리트 아파트 생활에서 벗어나 힐링과 여유를 만끽하는 실질적 대안 주택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서울시 은평구 진관동 은평뉴타운 2지구에 있는 M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일반인들도 한옥 주택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문의가 자주 오는 편”이라며 “분양가가 3.3㎡당 700만~1000만 원 이상인데 더해 건축비가 추가로 부담되기에 가격이 낮은 편은 아니지만 아파트보다는 높지 않아 그다지 부담스럽게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아파트처럼 매매에 대한 규제가 있는 것은 아닌데 실제 매매가 이뤄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면서 “한옥 주택이라도 입지나 희소성·미래가치 등에 따라 프리미엄이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 기사 출처 : 아시아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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